얼마전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을 때 주인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예전에는 무슨 장사를 해도 다 잘되었는데, 요즘은 뭘해도 안된다"
길거리의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선경기가 호황이던 시절, 거제도는 그야말로 돈이 넘쳐나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인구 20만 정도밖에 안되는 조그만 섬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형조선소가 두 개나 있었으니까요.
조선소들은 매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그 돈을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풀었습니다.
지갑 두둑한 조선소 직원들은 식당으로, 술집으로 가 돈을 펑펑 썼고 거리는 활기가 가득했습니다.
덩달아 아파트 값도 매년 치솟아 "거제불패"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였죠.
거제도를 '공차면 바다에 공이 빠지는 섬 촌동네' 쯤으로 인식하고 있던 외부 사람들은 거제도에 와서 집값을 보고는 충격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잘나가던 거제도였는데...
세상에 영원한 호황은 없죠.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조선경기가 꺾이면서 거제도는 서서히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잘 나갈때 벌어둔 돈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예민한 소수의 사람들은 암울한 미래를 예측했었지요(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음).
조선경기가 꺾이긴 했지만 당시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터라 해야플랜트 발주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덕분에 조선소들은 한동안 수주행진을 이어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중에 핵폭탄이 되어 돌아왔죠.
엄청난 적자를 낸 조선소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너스를 없애고, 월급을 깎고, 직원들을 내보내고, 가진 자산들을 내다 팔았죠.
주머니가 가벼워진 조선소 직원들은 지출을 줄였고, 조선소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던 거제도의 상권과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썰렁하지요. 망하는 가게도 많이 생기고 있구요.
조선경기가 이렇게 극심하게 얼어붙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좀 어려워질듯 하다가도 다시 살아나고 위기위기 하면서도 다시 좋아지고..
그렇게 굴러왔었는데, 이번 불황은 그야말로 역대 최강의 불황인 것 같습니다.
거제도의 조선소들뿐 아니라 전세계의 조선,해운,석유가스 업체들이 다 같이 망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으면 다시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까요~
빨리 조선업에 봄날이 찾아오기를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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