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 / 2019. 1. 14. 00:01

대한민국 직장 회식 문화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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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회식. 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사가 가자고 하면 안 간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죠.


저 역시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이 무지막지한 한국형 회식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맥주, 소주, 양주 막 섞어서 주고, 사발에 주고, 이상한 것도 만들어 주더군요.






우맥소콜(우유, 맥주, 소주, 콜라를 섞이지 않게 한 컵에 담은 것)이라는 것도 회사 와서 처음 보았습니다. 다른 곳에도 이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술을 잘 못 마시던 저는 계속 되는 회식을 접하면서 점점 단련(?)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먹어도 결코 술이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마시라고 계속 주니까 계속 마시긴 했는데 속만 쓰리고 머리만 어지러울 뿐이었습니다.




이런 회식 문화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1. 건강 악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음은 건강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술은 마시면 는다, 점점 더 강해진다고 하지만 사실은 속을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런 사람에게 술을 계속 마시게 하면 겉으로 보기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마시게 되니 점점 강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은 병들고 있죠.



2. 업무 효율 하락


과음한 다음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록 책상 앞에서 일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비몽사몽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자고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침에 화장실 가 보면 가끔씩 코 고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혹은 토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안 좋은 상황이지만 회사 입장에서 봐도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 결코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살 갉아먹기식 회식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3. 사회적 비용 증가


술 마시고 사고 치는 사람들, 음주운전 하다 사고 내는 사람들,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경찰관들의 고생... 회사나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많은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과음 및 '먹고 죽자~'식의 과격한 회식문화. 그런데 왜 이런 회식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일까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왜 자꾸 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런 회식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분이 상사라면 못 간다고 거부하고 그냥 퇴근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겠죠. 대부분은 그냥 끌려가서 2차 3차 부어라 마셔라 하게 됩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지내고 난 뒤 다음날 쉬지도 못하고 출근을 하여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정신력이 약하다', '근성이 없다'라는 평을 받죠.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먹기 싫은 것 억지로 마셨는데 다음날 그런 소리까지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회식 문화의 문제점을 깨닫고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곳도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이런 문화가 잘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 때문에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 곳은 바로 술집, 그리고 술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건전한 음주문화는 술집과 술 만드는 회사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술 문화의 원인은 아니죠. 이들은 다만 이런 문화의 수혜자일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외국의 회식 문화는 어떨까요?


직접 그들의 세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폭탄주, 2차 3차, 술잔돌리기와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퇴근 후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간단하게 맥주 한 잔 마시고 집에 가는 것이 보통이고, 우리나라처럼 술을 강권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2차 3차 가는 경우도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인드 자체가 회사나 조직보다는 개인 생활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군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문화 중 하나 역시 바로 이런 회식 문화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만의 이런 독특한 회식 문화는 어디에서 기원했을까요?


정확한 기원을 아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제가 보기에는 유교문화 + 군대문화 + 고도성장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장유유서와 상명하복이 철저한 문화 속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개인과 가정보다는 회사와 일을 중시하며 살아왔고 따라서 일을 마친 이후에도 회사 사람들과(특히 상사와) 술자리를 가지며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끈끈한 조직을 만들어 온 과정 속에서 이런 한국식 하드코어(?) 회식 문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군요.


부작용도 많겠지만 이렇게 개인을 희생하고 일과 회사에 집중함으로서 우리나라는 짦은 기간 안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만큼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한 세대 이상은 걸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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