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 2018. 5. 26. 00:34

[특이점이 온다] 영원한 생명은 가능할까_인류진화의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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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을 통일했던 진시황은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 헤매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을 순 없겠죠. 그리고 불로초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면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힘으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요?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인류는 기술에 의해 인위적으로 진화의 단계를 밟을 것이며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칠 것이라 주장합니다.




1. 수명연장 및 노화방지(유전학, Genetics)

2.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선 육체 획득(나노기술, Nanotechnology)

3. 기계와 결합하여 초지능을 갖춘 로봇으로 진화(로봇공학, Robotics)


이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혁명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전망으로 보이기도 하고, SF 소설처럼 보이기도 하며 혹은 망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아마 실현불가능한 망상처럼 보일 것입니다.


레이 커즈와일의 사진입니다. 시대를 앞선 천재일까요? 아님 망상가일까요? 혹은 사기꾼일까요?


이와 비슷한 컨셉의 영화 하나가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조니 뎁 주연의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이 영화를 보면 총맞고 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 조니 뎁의 의식을 컴퓨터로 업로드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 인공지능 컴퓨터 속으로 들어간 조니 뎁은 어마어마한 지능과 함께 마치 신에 버금가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순서는 좀 다르지만 최종적으로 그리는 모습은 레이 커즈와일의 책과 동일합니다.



1. 수명연장 및 노화방지(유전학, Genetics)


레이 커즈와일의 책에서는 일단 첫번째 단계로, 기술이 충분히 발전할 때까지 유전학의 도움을 받아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명연장과 노화방지는 인간의 오랜 욕구 중 하나죠. 누구나 오래, 그리고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노화 방지 및 수명연장과 관련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화방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텔로미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말단에 달려 있는 단백질 성분의 핵산서열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의 진행과 함께 점점 짦아지게 되고 더 이상 짦아질 수 없을 때까지 분열이 진행되면 이후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여기서부터 세포가 죽어가게 되지요.


이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고 무한증식이 가능하도록 만든다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엘리자베스 블랙번, 잭 조스텍, 캐럴 그라이더라는 사람입니다. 이 공로로 그들은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우리는 죽음을 보통 "자연의 섭리"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모든 생물은 언젠간 당연히 죽음을 맞는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죽지 않는 생물도 존재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이 생물은 '토리톱시스 뉴트리큘라'라고 불리우는 해파리인데, 병에 걸리거나 잡아 먹히지 않는 한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이 해파리는 늙으면 다시 태아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늙어 죽는다는 것이 성립할 수가 없지요.


늙어서 죽을 때가 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태아로 돌아가고, 거기서부터 삶이 리셋되고, 그렇게 살다가 늙으면 다시 태아로 리셋.. 이것을 무한반복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란 자연의 섭리라고 알아온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히 부숴주는 생물입니다.


즉 영원히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란 뜻이지요. 노화와 수명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해파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분명 이 해파리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을 것이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군요.



2.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선 육체 획득(나노기술, Nanotechnology)


나노기술 관련해서 일반에게 가장 잘 알려진 기술은 혈관 속에서 병을 치료하고 신체기능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나노봇이 아닐까 합니다.



곧 상용화될 것 같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보이는 나노기술의 결정체, 나노봇입니다. 분자 단위의 크기를 가진 아주 작은 로봇이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병균을 제거하고 막힌 곳을 뚫어주면서 인체를 항상 건강하게 유지해 줄 최신 미래 기술이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나노기술의 범위는 이 이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특이점이 온다에서 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하는 나노기술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범위가 넓고 어떻게 보면 기술이라기보단 일종의 마법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통제 가능한 나노봇을 통해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분자 수준의 물질조작능력을 통해 항상 완벽한 컨디션의 신체를 유지하며 심지어 노화를 억제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해킹이라는 치명적인 문제에 당면하게 되죠. 네트워크로 연결 가능한 나노봇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해킹이 가능할 것입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이에 대해 지금도 사회의 많은 부문에서 해킹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 이점이 해킹의 위험성보다 더 크므로 우리가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듯, 나노봇도 마찬가지로 그 위험성보다는 혜택이 더 크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안기술 역시 발전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질을 원자 수준에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은 분명 우리의 삶에 혁명적이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그것을 예견한 선구적인 책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에릭 드렉슬러가 쓴 '창조의 엔진'입니다.


그가 처음 나노기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만 이젠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죠.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들어는 보았을 것입니다.


에릭 드렉슬러는 나노기술이 '산업혁명, 항생제, 핵무기를 합친 것보다 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나노기술이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겠죠.


그런 잠재력을 가진만큼 잘못 사용되면 통제불가능한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을 보면 작은 나노로봇이 무한자기복제를 수행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스로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 나노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그 파괴력은 영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겠지요.


영화처럼 전 세계를 쓸어버리는 것은 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국지적인 범위에서 통제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일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나노기술이 우리가 크게 인식할 수 있을만큼 널리 퍼져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언젠가는 우리의 생활 깊숙히 침투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3. 기계와 결합하여 초지능을 갖춘 로봇으로 진화(로봇공학, Robotics)


특이점이 온다에서 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하는 인간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인간이 기계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의식을 기계에 업로드 함으로서 인간은 곧 기계가 되고, 이렇게 탄생한, 의식과 지능을 갖춘 존재는 다른 기계 및 인터넷과 연결되어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습득하고 공유합니다.




인간은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한계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야 하고, 이 지식을 다른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유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며, 주기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하고 쉬어야 하기도 하고 잠도 자야 합니다.


반면 기계는 전력만 계속 공급된다면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할 수 있습니다. 순식간에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기계와 지식을 동일한 수준으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연산능력이 충분하다면 현재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능력 때문에 일단 의식과 지능을 갖춘 기계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진화시킬 것이고 자신을 복제시켜 네트워크를 가득 채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속에서만 머무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육체를 가지고자 하겠죠.





영화 트랜센던스를 보면 특이점이 온다에서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하나가 된 천재과학자의 의식은 나노기술과 결합하여 물질은 물론 인간의 신체와 정신까지 조종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경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기존 종교의 신과는 달리 그는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과시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죠.


이런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레이 커즈와일이 그리는 미래는 마법과도 같은 기술을 통해 완성된 유토피아같은 세상입니다만, 그간 우리 인간이 보여준 모습에 비추어 볼 때 그런 세상은 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런 기술이현실화 된다 하더라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생존투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크게는 강대국과 약소국, 권력자와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에서부터 작게는 직장 내에서의 승진, 학교 내에서의 성적경쟁, 바늘구멍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공무원시험 등등.





이런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많은 것을 가져가게 되고 패자는 쓸쓸히 도태되게 됩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 역시 적자생존의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종은 번성하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거나 멸종됩니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육체적, 정신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계가 세상에 등장한다면, 과연 그들이 인간과 공존하며 커즈와의 주장과 같은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게 될까요?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열등한 종은 필연적으로 우월한 종에게 지배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가 좀 더 현실적인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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